(앵커)
고기잡이배를 탔다 동료들과 납북된 뒤
반공법 위반 죄를 선고받아
오랜 시간 고통받아왔던 어부가
반 백 년 세월 만에 누명을 벗게 됐습니다.
이처럼 재심으로 억울한 혐의를 벗고
무죄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당시 사건을 조작하고 이를 눈 감은
경찰과 검찰, 법원은
진심 어린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주문화방송 정자형 기자입니다.
(기자)
1971년 조업 중 납북된
동림호 선원이었던 신명구 씨.
1년 뒤 돌아왔지만 간첩으로 몰리고
북한을 찬양했다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977년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확정받았습니다.
경찰, 검찰, 법원에 의해 어부가 간첩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 신명구/피랍 어부
"우리가 말하지 않은 것을 전부 고문으로 받아낸 거예요.
그걸로 거짓이 돼서."
이제는 74살의 노인이 된 신 씨에게
전주지법 군산지원 재심 재판부는
반공법 위반 징역 5년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1970년대 경찰이 수사 당시 신 씨를 불법 구금했고,
그가 반공법을 위반한 증거도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48년 만에 반공법 위반 딱지를 떼게 된 겁니다.
선고를 마친 뒤 재판장은 신 씨를 향해
"오랜 세월 고생 많았다"는 짤막한 말로 심경을 표현했습니다.
신 씨처럼 재심 결과를 본 경우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재심 청구 단계를 밟고 있다 고령이나 질환으로 숨질 경우
절차가 모두 종료되는 탓에 재심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 김민재/피랍 어부 고(故) 김정구 씨 자녀
"저희도 다시 재심을 열어서 아버지의 한을 풀어주십쇼.
저희 아버지의 억울하다는 것을 풀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신 씨는 과거 본인과 함께 반공법 혐의로 재판을 받은
20여 명 또한 재심 기회를 얻어야 한다며
검찰에 재심 청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최근 전주에서는 고인이 된 피랍 어부의 자녀가
재심을 청구해 51년 만에 반공법 혐의를 벗는 등
뒤늦게 억울함을 해소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대의 아픔이라고 쉽게 말해서는 안될 이들의 사연은
독재 정부와 검경의 조작, 그리고 이를 눈감은 법원의 합작품에 가깝습니다.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무죄 추정 원칙은 신 씨에게 반 백 년 만에 찾아왔습니다.
MBC뉴스 정자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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