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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14일 "대한민국 심장내과 의사가 꾸는 꿈" <고영엽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2011년, 대구에서 복통을 호소하던 4살 여자아이가 대학병원을 포함한 대구 시내 5개 주요 병원 응급실을 찾아다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끝내 경북 구미의 한 병원에서 숨진 일이 있었습니다. 2023년에는 4층 건물에서 떨어진 10대 청소년이 대구 지역 대학병원 1곳과 다른 병원 6곳의 응급실을 찾아헤마다 병상 부족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해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소위 응급실 뺑뺑이는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되었으며, 진료를 거부한 병원과 당직 전문의는 일정한 처벌을 받았습니다. 3년 전에는 내로라하는 서울의 대형종합병원인 A 병원의 간호사가 근무 중 쓰러져 서울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해 또 다른 논란이 되었습니다. 세계 50위 안에 드는 유수한 병원이 특정 전문의의 부재로 응급수술 하나를 못 해서 환자를 사망하게 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사건들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빈발하는 소위 ‘응급실 뺑뺑이’와 필수의료 공백 문제는 의료 선진국임을 자타가 인정하는 우리나라의 응급실 병상과 인력의 부족 및 의료전달 시스템의 문제뿐만 아니라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와 같은 4대 기본 과와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 및 의료 인력의 부족과 편중 문제라고 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문제 해결책으로 내세운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정책으로 인해 1년 6개월 간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은 정권이 바뀐 지금도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의사 수 추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인 의대 증원 정책은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재원을 이미 낭비했으며, 앞으로도 최소 10년 이상 많은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현재도 배출되는 수많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외면하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전시적 미봉책이 아닌 원인을 치유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필수 의료 분야가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저수가 체계를 개선하고,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개혁을 시작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해결책으로는 첫째, 응급 및 기본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모색하고 인력 확보와 장비 지원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필수의료 분야를 시작으로 저수가 체계 개선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의사들의 자발적 필수의료 참여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의료 선진국’ 대한민국의 심장내과 의사로서 하루도 빠짐없이 중증도와 응급도를 따져 심장마비 환자와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치료하는 사명 속에 살아온 저는, 오늘도 응급실과 심혈관 촬영실에서 어렵디 어려운 의료 정의·분배의 정의를 고민하며, 궁극적으로 누구나 언제든지 어느 응급실을 방문하더라도 질 높은 응급진료를 받고 최적의 최종진료까지 이어지는 의료 서비스 선진국, 대한민국으로의 발전적 변화를 꿈꿔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