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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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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6일 "판단과 심판은 지금 하고, 기록은 역사가 한다." <허승준 광주교육대학교 총장>

 얼마 전에 실시된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분석하면서, 젊은 세대의 역사 인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젊은 세대의 왜곡된 역사 인식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그중 학교에서 근현대 역사교육이 실종된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은 모두 과거 역사에 포섭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 역사를 알아야 그들이 어떤 현재를 원하고 어떤 미래를 구축하려 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 지식으로만 의미가 있는 먼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근현대사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1990년대 진보 정부가 근현대사 교과를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필수로 도입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 이를 선택과목으로 축소하였고, 박근혜 정부 때 완전히 폐지하였습니다. 겉으로 내세운 이유는 상투적인 이야기고, 권력자들이 시대 인식을 제대로 하는 국민을 원치 않는 것이 실제 이유였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괜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재를 역사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지 못하면, 우리는 현재 직면하는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는 정의가 실종되고, 국민이 권력의 노예로 전락하는 상황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 친일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독립운동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독재정권을 제대로 심판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친일 후손들이 사회 곳곳에서 권력을 잡고 있고, 극우 세력들이 독재를 미화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일제 강점기 우리는 일본인이었고, 독립운동가는 테러리스트였다.”고 말하고, 현직 대통령이 정권 유지를 위해 내란을 일으키고, 그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대통령 후보까지 내세워 내란을 정당화하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습니다. 

 

 가끔 “판단은 역사에 맡겨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재의 발언이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그 진위나 잘잘못에 대한 판단마저도 먼 미래로 지연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설사 먼 미래의 역사가 그 말과 행동을 제대로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책임져야 할 당사자가 없을 때의 판단은, “책임지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역사적 교훈만 남기게 됩니다. 

 

 역사적 판단은 현재를 지나면 의미가 없습니다. 현재의 일은 현재 시점에서 제대로 판단하고 청산한 후 그 결과를 역사가 기록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래 세대가 올바로 기록된 역사를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개념 있는 삶을 살아가는 세대로 성장할 수 있고, 이렇게 성장해야 권력자가 되더라도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비로소 과거 역사는 역사로서 그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판단과 심판은 지금 하고 기록은 역사가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