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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0일 "여름의 문턱에서, 도시의 미래를 생각한다" <이민석 전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벌써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듯합니다. 햇볕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낮 기온이 30도 가까운 날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슬슬 열대야 얘기도 들려오고, ‘야외 활동을 자제하세요’ 같은 재난 문자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겠죠.
하지만 이맘때쯤이면, 우리는 또 이렇게 생각하곤 합니다. "곧 지나가겠지. 여름이니까 당연한 거지." 그렇게 무더위는 늘 일시적인 고통처럼 여겨집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제는 한번쯤 멈춰서 생각해볼 때입니다. 이 더위가 과연 단지 ‘계절 탓’일까요? 기후변화, 오존층파괴, 도시열섬 현상 같은 근본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여름만 되면 똑같은 뉴스만 반복해서 듣고, 해마다 같은 방식으로 견디고 잊어버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다릅니다. 계절처럼 반복되지 않습니다. 소멸할수도 있고, 다시 살아날 수도 있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도시입니다. 그 변화의 중심엔 바로 ‘사람’이 있습니다.
광주광역시인구는 2020년 145만명에서 2024년 141만명으로 감소했습니다. 특히 고령인구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고령인구 비율은 17.5%이며, 전라남도인구는 2024년 기준, 약179만이지만, 고령인구 비율은 27.2%로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전라남도의 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도시의 구조와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정지역에는 고령자나 저소득층이 몰려 있고, 반대로 젊은 신세대나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지역은 쾌적한 환경과 인프라를 요구하곤 하죠. 이런 도시의 단면은 ‘집값’으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우리는 공시지가, 아파트실거래가, 전세가변동률은 물론 인근 지역의 고령인구비율이나 주택노후도까지 숫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토부실거래가시스템이나 지자체의 통계사이트에 접속하면, 내가 사는 동네의 인구구조와 환경수준을 손쉽게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제는 ‘수치’로 도시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아마도 이제는 그 데이터를 통해 도시의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도시는 단기적인 냉방기처럼 다뤄져선 안 됩니다. 자연스럽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은근하지만 지속 가능한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도시를 진단하고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제대로 활용하고, 현실을 직시하며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도시엔 오래된 건물도, 방치된 공간도, 누군가의 손길로 유지된 소중한 건축물도 있습니다. 어떤 곳을 지켜야 하고, 어떤 곳을 새롭게 탈바꿈해야 하는지 주도면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오래됐다고 모두 철거를 하는 오류를 범하면 안됩니다. 새롭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닙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 우리는 이제 정량적으로 판단하고, 현명하게 결정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를 한 번 다시 바라봤으면 합니다. 도시라는 그릇 안에 무엇을 담을지, 함께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