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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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7일 “7세 고시, 어른들의 조급함이 만든 조기 경쟁사회” <김 현 철 죽호학원 이사장>

 요즘 교육계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7세 고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이 국어, 수학, 영어, 코딩, 심지어 논술까지 배우며 마치 입시생처럼 하루를 보내는 현상을 말합니다.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불안이, 이제 유치원 교실까지 스며든 것입니다. 얼마 전에 만난 어느 유치원 교사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요즘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서로 비교를 한다는 겁니다. ‘너는 수학 학원 다녀?’, ‘오늘 몇 장 풀었어?’ ‘몇 점 맞았어?“ 이런 말들이 7살 아이들의 입에서 나온다는 게 슬프기까지 합니다. ‘입학 전에 선행을 안 하면 뒤처진다’는 부모들의 불안으로 인해, 아이들의 하루가 더이상 놀이와 호기심으로 채워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아이의 발달 속도는 제각각입니다. 누군가는 숫자보다 이야기를 더 좋아하고, 누군가는 그림으로 세상을 표현하며 배웁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집 아이들은 다 한다’, ‘내 아이만 안 하면 불안하다’는 마음이, 결국 아이를 비교의 줄 세움 속으로 몰아넣는 겁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기업에서 일하면서, 경쟁과 효율, 성과를 중시하며 살아왔습니다. 기업에서 성과가 중요했던 이유는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허나 앞선 칼럼에서 말씀드렸듯, 기업이 위기를 넘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왔고,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은 ‘속도보다 방향’이어야한다는 점을! 수십년의 기업 근무 가운데 명징하게 깨달았습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제대로 된 길을 가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한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는 눈빛, 실패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 끈기, 함께 어울리며 배우는 마음! 교육의 이러한 본질은 수치로 측정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진짜 교육의 성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경쟁력’이 아니라 ‘기초 체력’입니다. 공부의 근육보다 마음의 근육을 먼저 키워야 합니다. 지금의 ‘7세 고시’ 열풍은 사실 아이들의 시험이 아니라, 불안한 어른들이 치르는 ‘불안의 시험’일지 모릅니다. 한 걸음 늦더라도 아이의 속도를 존중한다면, 그 안에 세상과 조화롭게 성장할 수 있는 ‘리듬’이 맞춰질 것입니다. 기업이 단기 실적만 좇으면 위기를 맞듯, 교육도 조급한 성취만 바라보면 아이의 내면은 쉽게 지쳐버릴 것입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앞서가는 인재’가 아니라 ‘함께 자라는 시민’으로 자라나길 바랍니다. 경쟁보다 협력, 지식보다 인성, 속도보다 방향을 배우는 교육. 그것이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진정한 길입니다. 아이들이 천천히 자랄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 느림의 깊이 속에서 생각과 배움이 단단해질 것입니다. 이 칼럼을 듣고 계신 모든 부모님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이 믿음 하나가, 그 어떤 사교육보다 자녀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