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광주MBC 라디오칼럼

10시 00분

칼럼 전문 보기

2025년 11월 3일 “마음을 타인에게 구속당하지 말자” <허승준 광주교육대학교 총장>

 여러분, 혹시 내 마음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 적 있으신가요? 누군가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괜히 짜증 나거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못한 적이 있지는 않으신가요?

 

 우리는 매일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어울려 살아갑니다. 가족, 친구, 동료, 그리고 SNS 속 낯선 사람들까지. 그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인정과 관심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의 중심이 ‘나’가 아니라 ‘타인’에게 가 있을 때가 있습니다. 내가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 순간 내 마음을 움직이는 열쇠를 타인에게 넘겨주었다는 사실을요. 누군가의 말과 행동에 상처받을 때, 정말 그 말과 행동이 나를 아프게 한 걸까요? 그 말과 행동에 내 마음을 빼앗겨 그 순간 타인의 의지대로 흔들리는 노예가 된 것은 아닐까요?

 

 물론 완전히 나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에 무심해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을 움직이는 주체는 언제나 ‘나’라는 사실, 그건 꼭 기억해야 합니다. 누군가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져 파문이 일더라도, 잠시 후에 그 물결은 다시 잔잔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파문을 붙잡고 괴로워합니다. 돌은 이미 가라앉았는데, 파문은 이미 사라졌는데, 내 마음은 여전히 그 돌을 붙잡고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돌과 파문에 구속되어 돌을 던진 사람의 노예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마음을 타인에게 구속당하지 않는다”는 건, 타인의 잘못된 말과 행동을 참거나 회피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저 그들의 말과 행동이 내 마음을 구속하지 않고 가만히 지나가게 두는 것, 붙잡지 않고 무심히 흘려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타인의 잘못된 말과 행동은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러나 상처받지 않고 바로잡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 순간 우리는 깨닫습니다. 내 마음을 지키는 건 ‘싸움과 집착’이 아니라 ‘바라봄과 놓아줌’이라는 사실을요. 내 마음을 지키는 진짜 힘은 무언가에 흔들려서 움켜쥐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놓아주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말과 행동에서 조금만 자유로워지면, 비로소 우리는 진짜 나로 살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을 남에게 맡겨서 조종당하지 않고,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남의 의지대로 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 의지로 내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마음을 지킨다는 건, 이기적인 것과는 다릅니다. 그건 곧 나를 존중하는 일이고,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용기이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 잠시 멈춰서 내 마음의 주인은 누구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혹시 타인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고 있다면, 그건 내가 내 마음의 열쇠를 그에게 맡기고 조종당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 열쇠를 다시 내 품으로 돌려놓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내가 되는 자유를 경험하게 됩니다. 내 앞에 있는 그 자유를 거부하고 타인의 노예로 살고 싶으십니까? 아니라면, 지금 바로 타인에게 구속당한 내 마음을 나에게 돌려주세요. 그것이 비로소 ‘나답게 존재하는 첫걸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