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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9일 “참으로 유난했던 여름을 보내며” <문상필 광주공동체 이사장>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힘내십시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유난스러웠습니다. 끝없이 내리던 장맛비는 골목길을 가득 채우고, 집과 도로를 삼키며 수많은 이웃의 삶을 무너뜨렸습니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은 삶의 터전을 앗아가고, 그 자리에 허탈함과 절망을 남겼습니다. 가재도구를 건져내려는 손길은 끝내 허공을 붙잡았고, 흙탕물 속에 울음이 섞여 흘러내렸습니다.
수해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숨 막히는 폭염이 광주를 뒤덮었습니다. 아스팔트는 뜨겁게 달궈져 발길을 멈추게 했고, 밤에도 열대야는 우리의 잠을 빼앗아갔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찜통더위 속에서도 일터를 지켜야 했던 어른들, 더위에 지쳐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던 아이들, 정말, 고단하고 힘든 계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광주 시민들은 끝내 이겨내셨습니다. 무너진 집을 함께 치우던 자원봉사자의 따뜻한 손길, 뙤약볕 아래 묵묵히 도시를 지켜낸, 노동자의 땀방울, 지친 이웃에게 물 한 잔 건네며 위로하던 학생들의 맑은 미소까지...! 그 모든 순간이 말해 주었습니다. 이 도시의 진짜 힘은 바로 서로를 지켜주는 마음이라는 것을요.
광주는, 늘 그런 도시였습니다. 민주주의가 흔들릴 때 시민이 앞장섰고, 재난이 닥쳤을 때도 시민이 먼저 이웃을 품었습니다. 이번 여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러분의 연대와 용기가 광주를 다시 세웠습니다. 사랑하는 광주 시민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참아내며 지켜낸 하루하루, 묵묵히 흘린 눈물과 땀방울. 그 모든 것이,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여러분이 바로, 광주의 자랑이고 희망입니다.
이제, 가을이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 높고 푸른 하늘처럼, 여러분의 마음에도 평온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수해와 폭염의 기억은 바람처럼 흩어지고, 대신 감사와 행복이 자리를 채우길 소망합니다. 길가의 코스모스 한 송이에 미소가 번지고, 투명한 가을 하늘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시길 바랍니다. 따뜻한 가족의 대화가 이어지고, 작은 일상 속 웃음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도합니다.
앞으로도. 어려움은 찾아오겠지요. 그러나 이번 여름이 보여주었듯, 우리가 함께라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습니다.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 포기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굳건한 연대가, 우리 광주를, 우리 모두를 지켜줄 것입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여러분의 가을이. 건강과 행복으로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