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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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3일 “바다의 온도와 우리의 온도” <임하리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부관장>

 바다는 우리 곁에 언제나 함께 있지만, 요즘의 바다는 예전과 다릅니다. 겨울에도 차가워지지 않는 수온, 낯선 해파리 떼, 그리고 한때 흔하던 오징어와 명태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의 온도가 변하자 물고기들의 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과거 동해를 지배하던 명태는 북쪽으로 삶의 터전을 바꾸고, 대신 우리 동해 바다에는 열대성 어류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바다의 생태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물고기 몇 종이 사라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식탁, 어민의 생계, 지역 경제와 맞닿아 있으며, 결국 인간의 삶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거대한 산업 문제이기 이전에,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 현실입니다.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도, 남의 일도 아니게 된 것입니다.

 

 해양 생태계는 온도의 균형 위에 세워진 섬세한 구조입니다. 박물관을 견학 온 학생들에게 다양한 해양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한 학생이 말했습니다. “왜 지구가 1도만 올라도 안된다고 이야기를 하나요? 1도가 올라가도 큰 문제가 없을 거 같은데요.”라고 말이죠.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구의 온도에서 1도가 얼마나 생태계의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몸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의 평균 정상 체온은 36.5도라고 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혹은 체질마다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다를 수 있지만, 그 정상범위의 체온에서 1도가 높아진다면 우리 몸은 어떤 변화가 나타나나요? 아마 여러 가지 몸의 변화 중 1도만 올라도 몸에 열이 나고, 생체 리듬이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바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1도의 변화가 수 많은 생명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0.5~1℃ 상승할 때 해양의 생물다양성은 지역별로 급격히 이동하거나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며, 특히 0.5℃ 상승 시 해양 산호의 대규모 백화 현상과 플랑크톤 군집 변화, 연안 어류의 북상 등이 관찰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볼 때 작은 문제처럼 보이는 1도의 변화가 생태계의 연쇄 변화를 불러오고, 그 영향은 결국 우리 삶으로 되돌아옵니다. 바다의 변화는 곧 우리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다는 여전히 공생의 가치를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물고기와 산호, 해초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생물처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방식 속에서 우리는 지속가능한 생명의 질서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연을 이용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시선을 바꾸어, 이제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이해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인간의 삶 또한 더 오래 지속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한 기술 보다 작은 관찰과 실천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바닷가의 쓰레기를 줍는 일, 해안의 생태를 기록하는 일, 그리고 변화하는 바다를 기억하려는 마음. 이런 작은 행동들이 쌓여야, 다음 세대가 살아갈 바다의 모습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바다는 언제나 인간에게 배움의 공간이었습니다. 우리가 바다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때, 비로소 삶은 지속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래 살아남는 길은 어렵지 않습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일, 그게 시작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