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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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일 “처음이 되려는 마음” <김성민 전남대학교 소아정형외과 교수>

 2025년, 북미 소아정형외과학회에 제 논문이 채택되어 발표를 하러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이 학회는 생각보다 논문 채택이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여러 번 떨어져 본 경험이 있기에 잘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 연구는 24명의 환자밖에 되지 않는 작은 케이스였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채택되었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 참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발표 주제는 팔꿈치 부정 유합을 교정하는 새로운 최소 침습 수술법이었습니다. 발표 후 예상보다 많은 이목이 쏠렸고,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발표가 끝난 뒤에는 “같이 연구를 해보자”는 제안까지 받았습니다.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이런 작은 연구가 어떻게 채택이 되었지?”*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발표 후에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주 작은 연구일 뿐이지만, 아마도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이었기에 채택이 되었구나.” 그리고 무엇인가를 처음으로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감동스러운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내가 처음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초반에는 배우는 데 집중했습니다. 키 크는 수술이 흔치 않았던 시절, 저는 미국에서 두 달간 머물며 수술을 배웠고, 독일과 벨기에 등 유럽의 병원들도 찾아다니며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익히려 했습니다. 싱가포르 학회에서 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평발을 교정하는 수술법을 발표했는데, 당시 대부분의 수술은 전신마취로 진행되고 복잡한 방법이었습니다. 저는 국소마취로, 간단하게 양발을 동시에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발표가 끝나자 예상보다 많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그곳에서는 이 수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궁금했던 것입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내가 처음으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다면, 남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구나.”

 

 그 후로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논문도 단순한 관찰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술 방법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수술에서도 늘 고민했습니다. “조금 더 편하고, 조금 더 결과가 좋은 방법은 없을까?” 기존 방식을 빠르게 익히고, 그 위에 새로운 길을 얹으려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것은 비단 의학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0년 이후,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의 판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처음이 되려는 일론 머스크의 마음이 세상을 바꾼 것입니다. 지금도 그는 세상의 처음을 써 내려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소식을 뉴스와 기사에서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K-방산, K-조선, K-원자력, K-뷰티, K-pop이 세계 무대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청장년 여러분! 끊임없이 배우고 또 노력하십시오. 하지만 배우는 데에만 그치지 말고,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보세요. 그리고 널리 알려 주세요. 이것이 바로 ‘노하우’입니다. 처음이 되려는 마음, 이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 마음은 끊임없이 배우게 합니다.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고, 외로움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한국 청년 창업자의 제품이, 요리가, 노래가 미국과 유럽, 전 세계에서 울려 퍼질 수 있게 해주십시오. 한국의 연구가 세계에서 당당히 울릴 수 있게 해주십시오. 

 

 오늘 하루, “내가 처음이 되어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처음이 되려는 그 마음 하나가 여러분을 이 세상의 최초이자 최고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