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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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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14일 " 지역축제의 새로운 지평이 필요하다" <장용석 전남문화재단 이사>

 지난해 3월 대전시 중구청장 재선거에 나섰던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은 "앞으로는 인기 연예인 초청 축제를 전면 폐지하고 지역 인프라를 활용한 주민참여형, 지역 선순환형 행사로 축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해마다 지역 축제에 거액을 주고 유명인 홍보대사를 유치하거나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는 대신 지역 예술가와 생활 예술인 위주의 주민 참여형, 지역 선순환형 행사로 바꾸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이 공약은 유명 연예인 초청에 따른 과도한 예산 지출을 줄이고, 지역 예술가와 주민들이 주도하는 축제를 통해 지역 사회의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전국 각지의 지역축제가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을 초청해 치루는 그저 그런 행사들인 경우가 많아 우리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작은 도서관과 골목 책방이 참여하는 북 페스티벌, 지역 웹툰 작가들의 작품 전시회, 생활 예술인 위주의 소공연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지역 인프라를 활용한 열린 음악회와 주민자치형 마을축제도 할 예정입니다. 지역 축제에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는 것이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만 축제의 목적과 의도와는 관계없이 방문객들의 숫자만 늘리려는 단순한 발상은 축제의 지속가능한 성공과는 동떨어진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지역 축제도 여러 가지 목적이 있는데, 그 가운데 외부 방문객 유입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지향한다면 전문적이고 관광에 특화된 축제를 할 필요가 있지만, 지역민의 문화격차 해소나 자긍심 고취나 화합 등을 목표로 한다면 보다 지역 특화적인 전략을 가져야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에 크고 작은 축제가 2천여개가 넘습니다만 성공적인 축제라고 평가받고 있는 축제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국내의 수많은 지역축제가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축제의 목표가 불명확하거나 관광형 축제와 지역 화합형 축제가 섞여 있는 경우, 그저 방문객의 숫자에만 함몰돼 정작 축제의 지향점을 잃어버린 경우 등 대부분 축제의 정체성을 명확히 지키지 못하고 있거나 축제의 주체가 주민이 아닌 관 주도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국내의 거의 모든 축제가 주민 참여가 중심이 아닌 지자체가 주도하고 방문객 숫자에만 경도되고 있어 실질적으로 지역경제에 큰 효과가 없는 경우가 허다해 허수의 숫자 놀음에 현혹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지역축제는 우리 삶에 있어서 큰 원동력과 활력을 주는 긍정적인 기제인 것은 분명합니다만 그동안 우리는 도시화와 급변하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지자체의 지나친 경제적 성과에만 급급하여 상생과 화합의 동력을 상실한 행사에만 매달린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축제는, 전통의 창조적 계승을 통해 축제의 핵심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융합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축제, 축제의 기획 단계부터 지역 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실질적인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창출하는 생산적인 축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축제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지금 지역 축제의 새로운 지평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