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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10일 "도자기 흙의 물과 같이" <조성모 광주도예문화센터장>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흙, 맑은 물, 뜨거운 불이 필요합니다. 물은 도자기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재료입니다. 그래서 우선 맑아야 하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물의 양입니다. 흙 속에 물이 없으면 자유스럽게 형태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도자기의 태토가 되는 흙덩어리는 흙 입자가 모여서 만들어지는데 입자와 입자 사이가 촘촘해지면 흙이 단단해지고 반대로 입자와 입자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면 흙이 말랑해집니다. 흙 속에 어느 정도의 물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흙의 부드러움이 정해지는 것이죠. 물의 양이 너무 적으면 흙이 단단해지고, 물의 양이 너무 많으면 흙이 흐물흐물 해지는것이죠. 바로 흙 입자 사이의 간격을 조절하는 것이 물이며 우리가 원하는 형태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당량의 물을 섞어 조절해야 합니다.
수분이 알맞게 들어간 흙도 오래 방치하거나 관리하지 않으면 본래의 형태로 되돌아 가버린 경우도 생깁니다. 그래서 작가는 좋은 흙을 만들어 바로 사용하거나 아니면 잘 보관을 하는데 이때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밀봉 상태로 유지하면서 최적의 흙 상태로 관심을 가지고 보관합니다. 이처럼 흙 속의 수분은 우리가 원하는 형태를 만들 때까지 관심과 관리 속에 작가가 최고의 작품을 만들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그래서 흙과 물의 조화는 최적의 흙으로 탄생하기 위한 최고의 파트너입니다.
물을 인생에 빗대어 보면 인간의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인생을 살아가려면 우선 맑은 정신을 가져야 하며 그다음으로 도자기 흙에 사용되는 물처럼 자신의 생각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럼 물은 어떤 의미일까요? 물에는 고인 물과 흐르는 물이 있습니다. 물은 고이면 썩는다고 합니다. 우리 생각도 가두어 버리면 부정적으로 변하고 흐르는 물처럼 바꾸면 긍정적인 정신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항상 정신도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처럼 조화를 이루어 건강한 정신이 만들어질 때 좋은 흙과 물이 만나서 최적의 흙이 만들어지듯 우리 인생도 같은 원리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각자의 생각과 신념이 생기고, 그 틀을 통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합니다. 그러나 개개인의 배움과 경험이 모두 같을 수 없기에 각자 가진 생각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고집하면 딱딱한 도자기 흙과 같이 경직된 삶을 살게 됩니다. 반면 배움을 게을리하거나 경험이 부족하여 자신의 생각과 신념이 미비하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닌 타인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도자기 흙에 적절한 양의 물을 섞어 최적의 점도가 될 때 비로소 작가가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고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우리의 생각을 경직되지 않게 또 너무 느슨하지도 않게 적절히 조절한다면 우리 인생도 보다 유연하고 주도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