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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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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18일 "성적 지상주의가 만든 우리 교육의 어두운 그림자" <김 현 철 죽호학원 이사장>

 지난 7월 경북 안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학부모와 퇴직한 교사가 학교에 몰래 들어가 시험지를 빼내려다 적발된 것입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학교 시설관리자까지 연루되었고, 당사자인 학생은 성적이 전부 무효 처리되며 퇴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사건은 새벽 1시, 학교 보안 경보가 울리면서 발각 되었습니다. 사건 당시, 퇴직한 지 1년이 넘은 교사가 지문인증을 통해, 학교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고, 그 틈을 이용해 교무실에 보관된 시험지를 훔치려 한 것입니다. 학부모는 시험 때마다 수백만 원씩을 교사에게 건넸고, 그 총액은 약 2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학교 시스템의 보안 허점과, 학부모와 교사 간의 부적절한 관계가 빚어낸 부정행위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일이 일어난 원인을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학교 보안 시스템의 관리 부실입니다. 퇴직자 계정이 즉시 삭제되지 않았고, 출입 권한이 유지되었습니다. 둘째, 내부 감시 체계의 취약성입니다. 시험지 보관 출력 그리고 관리 과정이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로 범행이 가능했습니다. 셋째, 교육 현장에 여전히 존재하는 성적 지상주의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성적만 오르면 된다는 왜곡된 믿음이 범죄를 부추겼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아이들 성적을 올려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고 싶은 부모들의 헛된 망상이 더해졌습니다. 결국 그 욕망이 교육의 가치를 훼손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는 비극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째, 보안 시스템의 즉시 갱신입니다. 퇴직자와 이동자 계정은 바로 폐기하고, 출입 권한을 초기화해야 합니다. 둘째, 시험지 관리의 다중화입니다. 보관·열람·인쇄 권한을 한 명이 아닌 최소 두 명 이상이 함께 행사하도록 하고, 모든 과정을 CCTV등을 통해 전자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셋째, 윤리 교육 강화입니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학부모 모두를 대상으로 ‘교육의 공정성’과 ‘학업 윤리’에 대한 지속적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 사건 이후, 제가 몸담고 있는 죽호학원 전 학교의 발간실 보안을 강화했습니다. 출입문을 이중으로 장치를 설치하고, 지문인식기와 금속탐지기를 추가로 설치하였습니다. 또한 발간실 내외부 CCTV를 재점검하여 시험지가 유출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원천 차단토록 조치하였습니다.

 

 안동의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분명한 경고를 보냈습니다. 불법을 통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만들고 이를 통해 상위권 대학 학과에 들어가겠다는 경쟁위주의 입시 구조, 그리고 그 불법이 내부의 허점을 타고 너무 쉽게 실행될 수 있는 교육현장의 시스템을 올바르게 바꿔야 합니다. 시험은 지식을 재는 도구일 뿐, 인생의 전부가 아닙니다. 한 번의 점수보다 중요한 건, 평생을 지탱할 수 있는 정직함과 신뢰입니다. 그리고 그 정직함과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쌓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성적보다 먼저, 정직하게 노력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그들의 인생을 지켜줄 가장 강력한 자산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죽호학원을 비롯한 여러 학교들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시작된 이러한 변화를 통해, 세상이 조금 더 정의롭고 건강해 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