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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데스크

우크라이나 탈출 고려인들, "농촌에 빈집이라도 구해 정착"

(앵커)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광주에 정착한 고려인들이
농촌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고려인들은 영농 경험을 살려
닭도 키우고 텃밭도 가꾸면서
어엿한 한국 농민이 되길 꿈꾸고 있습니다.

임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4월, 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입국한 박에릭씨.

광주 고려인마을이 마련한 텃밭에서
직접 닭들에게 모이를 주고 잡초를 뽑느라 분주합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양계장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광주 외곽 농촌 마을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한 겁니다.

소일거리로 출발한 양계장에는
어느덧 2백여 마리의 닭들이 가득 찼습니다.

* 박에릭 / 고려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나서 (집에) 폭탄 떨어져서 떠났어요.
이제 (한국으로) 와서 좋아요. 편안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이웃 주민이었던 김레브 씨도
지난 8월 광주로 들어와,
고려인마을로부터 농촌 빈집을 무상으로 분양받았습니다.

다리를 다쳐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웠던 터라
농사 일을 하면서 안락한 둥지도 마련할 수 있어 만족스럽기만 합니다.

* 김레브 / 고려인
"다른 고령층 고려인들에게도 이런 집들이 필요합니다."

이 쉼터는 전쟁을 피해 광주에 정착한 고려인들에게,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하나의 '집'이 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고려인 6백여 명 가운데 6%인
40여 명이 고령층으로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부분 원룸 등 좁은 집에서 자녀들과 함께 지내게 되는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자리도 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한국 정착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수백 평대의 빈집과 텃밭을 추가로 사들여 지원할 계획입니다.

* 이천영 / 광주 새날학교 교장
"우리 고려인들은 농사의 전문가들입니다.
그래서 시골에서 자리를 잡게 만든다면 도시도 살고, 그리고 농촌도 살고..."

고려인들에게
농업 농촌 생활은 생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한편,

일손이 부족한 마을 주민들에겐
귀한 노동력이 제공되고
방치돼 있는 빈집 고민도 덜어주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임지은입니다.


임지은
광주MBC 취재기자
시사보도본부 뉴스팀 사회*시민 담당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주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