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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2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희남 대담미술관 관장>
미술 교육의 목표는 창의력 신장과 인간성을 함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미술 시간을 통해서 그림을 잘 그리거나, 잘 만들고 좋은 디자인을 하게 되었음에도, 가슴이 따뜻해졌거나 인간성이 좋아졌다고 공감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미술 수업 내용에 보고 그리기가 있습니다. 교사들은 첫째, 사물을 잘 관찰하고 어떻게 느꼈는지 생각할 시간을 주며, 둘째로, 참고 그림들을 보여주고, 셋째로, 느낀대로 잘 표현해 보라며 좋은 결과물을 위해 지도합니다. 꽃을 그린다고 가정할 때 꽃을 가까이서, 멀리서 관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꽃의 모양, 잎의 생김새 등을 분석합니다. 어떤 형태와 색으로 창조적으로 개성있게 표현할 것인가 고심하는 것이 보통의 경우입니다.
그러나 잘 관찰하는 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꽃은 왜 아름다운지? 어떤 종류, 또는 무슨 색의 꽃을 좋아하는지? 아름다운 꽃을 보았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예쁜 꽃을 보았을 때 처음으로 드는 생각이 무엇인지? 누구한테 주고 싶은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각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행복해지는 마음, 고마운 마음, 따뜻해지는 마음과 아름다운 마음이 저절로 생길 수 있도록 훈련 아닌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창의적이고 개성 넘치는 그림이 교육의 목적이 아닙니다. 각자의 느낌을 통해 보다 정서적으로 순화되고 그 감동의 순간이 더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꽃을 그려야 한다는 목적보다 꽃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할 것입니다.
생떽쥐 베리는 「어린왕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어린 왕자가 밤마다 태풍에 넘어질세라 햇볕에 말라 죽을세라 고깔도 씌워주고, 잠을 설치며 바람막이를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피어난 장미가 세상에 유일한 것이라 느끼며 즐거워했습니다. 그러나 언덕 아래 수천, 수만 송이의 장미가 지천에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자기가 근심, 걱정으로 보살폈던 그 많은 시간들이 얼마나 부질없었던가 후회하며 엎드려 웁니다. 그러다 깨닫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피어난 장미꽃이 아니라, 그 장미를 꽃 피우기 위해 자신이 쏟았던 그 많은 시간들과 애정, 노력, 관심 등이 소중하다는 것을요. 그래서 내가 키운 장미가 더 특별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기에 앞서,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감성이, 그 감성을 유발시키는 훈련이 더욱 중요합니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초등학교의 미술 교육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어나 수학을 지도하는 것이 더 절실하다고 생각하는 게 요즘 현실입니다. 목적이 앞서는 학원 교육이 필수코스가 되어가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또래 집단과 만나고, 담임선생님의 개인적 관심과 배려, 따뜻한 훈육이 있는 학교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의 존재 이유와 예체능 교육이 필요한 절대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년의 추억과 담임선생님의 따뜻한 관심과 충고, 학교 교정의 선명한 기억들이 개인적으로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