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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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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3일 "광주광역시의 도시재생을 다시 묻다" <이민석 전남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요즘 도시재생이라는 단어, 참 자주 들립니다. 도시의 오래된 공간을 새롭게 바꾸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 저처럼 도시재생을 전공한 사람에게는 반가운 흐름입니다. 관심이 커지니, 일거리도 늘어날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결론은 정반대입니다. 관심은 많아졌는데, 실제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광주도 예외는 아닙니다. 광주는 오래된 도시 구조와 산업 변화 속에서 도시재생의 필요성이 절실한 도시입니다. 인구는 줄고, 도심은 비어가고, 지역 격차는 커지고 있죠. 실제로 광주는 지난 10여 년간 여러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해 관광자원화하고, 주민 주도의 마을관리, 사회적 기업도 생겼습니다. 또한 송정역 시장 일대는 청년창업과 문화활동이 어우러지며 활기를 찾았죠. 광산구, 동구, 북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도시재생 사업의 결과물은 보이지만, 그 안에 진짜 ‘재생’이 있었는가? 주민은 정말 주체가 되었는가? 사업이 끝나고 나면, 과연 그 변화는 유지되고 있는가? 저는 이 질문을 광주라는 도시 안에서 끊임없이 되새기게 됩니다.

 

 도시재생은 단순히 예쁜 거리를 만드는 사업이 아닙니다. 진짜 도시재생은 ‘관계의 회복’입니다. 이웃과의 관계, 공간과의 관계, 역사와의 관계를 다시 잇는 일입니다. 그 출발은 ‘공공성’이고, 중심은 ‘주민’이어야 합니다. 광주는 2022년 기준 36개 도시재생 뉴딜사업지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비 및 지방세 포함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고, 이 중 상당수가 물리적 환경 개선에 집중돼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유지관리, 주민참여, 운영주체 부재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됩니다. 도시재생은 사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광주처럼 지역 공동체 기반이 강한 도시라면 오히려 천천히,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단순히 빈집을 고치고 골목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왜 이 공간을 고쳐야 하는지, 누가 이 공간을 쓸 것인지, 어떻게 함께 유지할 것인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필요합니다. 광주는 이미 좋은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5·18이라는 역사적 정체성, 도심과 주변의 경계가 분명한 지리 구조, 문화와 예술의 공동체가 살아 있는 거리들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매력은 ‘과거를 보존하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힘’에서 나옵니다. 도시재생은 결국 '선택'의 문제입니다. 무엇을 버릴 것인지, 무엇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선택. 광주라는 도시 안에서, 우리는 지금 그 질문을 던질 시점에 와 있는지도 모릅니다. 전문가로서, 저는 더이상 도시재생을 ‘기획 또는 설계’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경청’하려고 합니다. 지역의 말에, 주민의 삶에, 도시의 역사성과 맥락성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도시재생의 진짜 시작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