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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4일 "도자기를 통해 배운 인생" <조성모 광주도예문화센터장>
안녕하십니까? 광주도예문화센터장 조성모입니다. 젊은 날의 저는 제와장이라는 전통방식의 기와 전수자로서 순수 예술가의 삶을 꿈꿨습니다. 그 과정에서 해외 초청을 다니다가 미국의 한 초등학교 수업을 참관하게 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미국 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체험 위주의 교육 방식을 접하게 된 것이죠. 이때부터 기존의 꿈을 내려놓고, 그동안 연구한 전통 도예와 다음세대를 연결하는 자로 살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대학 강연을 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 도예와 체험을 접목시킨 새로운 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2001년 광주도예문화센터를 설립하게 됩니다. 20대에 도예를 시작하여 60이 넘은 지금까지, 제가 하는 일의 모습은 변화해왔지만, 본질은 변함없이 40여년간 도예가로서의 삶을 살아내며 도자기를 통해 인생을 배웠습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은 우리네 인생살이와 참 많이 닮았습니다. 도자기의 시작이자 본질이 되는 것은 흙입니다. 처음 채취한 흙은 불순물이 섞여 있고, 형태와 구조를 잡기에 단단하지도 않습니다. 채취한 흙에 알맞게 물을 섞고 반죽을 해야만 점점 도자기흙으로 다듬어지죠. 도자기의 흙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는 ‘자기 자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생의 중심이 되며 한 평생 살면서 끝까지 함께 갈 존재가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도자기흙처럼 우리도 처음부터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각자의 삶을 살아내며 시행착오를 거치고 하나하나 경험을 쌓아가면서 점점 성장해가죠.
도자기를 빚을 때, 물은 흙을 유연하게 만들어 도자기를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은 우리의 삶에서 ‘배움’과 ‘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움은 우리의 사고를 유연하게 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이전보다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을 마련해 줍니다. 정신은 물처럼 맑게 흐를 때, 자신이 가야할 방향을 명확히 알고 나아갈 수 있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불은 도자기를 굽는 과정에서 그 형태와 강도를 단단하게 만들어 작품을 완성시킵니다. 이 때, 불의 온도와 시간이 정확하게 맞아야만 좋은 도자기가 완성되지요. 우리는 1200도 이상의 고온에 구워지는 도자기처럼, 삶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과 시련을 통해 단단해지고 성숙해집니다. 불은 강하고 뜨겁지만, 그러한 불 속에서만 진짜 강한 내면을 갖게 되는 것이죠. 결국, 흙과 같은 자기 자신을 믿으며 물과 같이 배움을 통해 유연한 성장의 기반을 만들어가며, 불처럼 뜨거운 도전과 시련을 견디며 나아갈 때 자신만의 인생이라는 멋진 작품을 완성해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본인의 삶을 멋지게 빚어가는 도예가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자신의 도자기를 빚어가는 어디쯤에 있나요? 자기 자신을 알고 배우며 기꺼이 단단해지는 과정을 통해 저마다 빛나는 인생을 만들어가기를 응원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