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광주MBC 라디오칼럼

11시 00분

칼럼 전문 보기

2026년 1월 28일 “2026년 여행의 얼굴,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이다” <김진강 호남대 호텔컨벤션학과 교수>

 2026년 관광이야기는 국내외 트렌드에 대해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2026년 여행은 우리 곁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부킹닷컴, BBC뉴스, 스카이스캐너, 에어비앤비 같은 글로벌 여행 플랫폼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2026년의 여행은 한마디로 말해 ‘나를 중심에 둔 여행’입니다. 

 

 여행은 언제나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던 시기에는 얼마나 멀리 가느냐가 중요했고, SNS가 일상이 된 이후에는 유명한 장소를 얼마나 많이 다녔는지가 여행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관광기업들이 내놓고 있는 이야기를 살펴보면 체감되는 변화는 분명히 있습니다. 2026년 여행의 키워드는 ‘더 멀리’가 아니라 ‘더 나답게’, ‘더 화려하게’가 아니라 ‘더 조용히’입니다.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자신을 회복하고 싶어 합니다. 일정이 빽빽한 여행보다 선택이 적고, 소음이 적고,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여행을 선호합니다. 스마트폰 알림을 잠시 내려놓고,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자체를 여행의 가치로 여깁니다. 이른바 ‘조용한 여행’, ‘쉼 중심 여행’이 하나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겁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여행이 짧아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1~2일짜리 초단기 여행이 늘고 있습니다. 긴 휴가를 내기보다는 주말을 활용해 도시 하나를 깊게 경험하거나, 특정 전시·공연·축제 같은 하나의 이유를 중심으로 여행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여행은 길이가 아니라 밀도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광주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첫째, ‘볼거리’보다 ‘머물 이유’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형 랜드마크 하나로 관광을 설명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 혼자 걸어도 부담 없는 골목, 지역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장소입니다. 광주시정 차원에서는 소규모 공원, 걷기 좋은 길,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공 공간을 ‘관광 인프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로컬 크리에이터는 ‘체험’보다 ‘리듬’을 설계해야 합니다.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보여주는 콘텐츠보다, 여행자의 하루 흐름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콘텐츠가 더 큰 가치를 갖습니다. 아침에 조용히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 낮에는 가볍게 들를 수 있는 전시나 작업실, 저녁에는 지역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작은 프로그램. 로컬 크리에이터의 경쟁력은 규모가 아니라 일상의 결에 있습니다. 

 

 셋째, 초단기 여행자를 전제로 한 도시 설계가 필요합니다. 1박 2일, 심지어 당일치기 여행자에게 도시는 복잡하면 안 됩니다. 이동 동선이 단순하고, 선택지가 과하지 않으며, ‘이 도시에서는 이것만 하면 된다’는 명확한 메시지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정책과 민간이 함께 큐레이션해야 할 영역이기도 합니다. 

 

 2026년의 여행은 더 요란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 더 깊어질 것입이다. 관광은 이제 숫자의 산업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과 회복을 다루는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광주와 로컬 크리에이터가 이 변화를 잘 읽어낸다면, 크지 않아도 오래 기억되는 도시, 다시 찾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여행이 달라진 만큼, 도시도 이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준비해야 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