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광주MBC 라디오칼럼

11시 00분

칼럼 전문 보기

2026년 1월 27일 “인공지능 시대, 예술의 의미” <변길현 광주시립 하정웅미술관장 >

 안녕하세요. 오늘은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2026년의 풍경 속에서. 우리가 생각해볼만한 ‘예술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여러분, 혹시 며칠 전 외신을 통해 전해진 소식을 들으셨나요? 미국의 한 대학생이 대학교 전시장에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을 훼손하며 "인공지능 예술은 가짜"라고 외친 사건 말입니다. 경찰에 체포된 이 학생은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는 인간의 고통도, 환희도 담기지 않은 데이터의 조합일 뿐이라며 분노했다고 합니다. 이 소동이 외신에 난 것은 그만큼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거부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을 피할 수 없는 시대가 된 지금, 과연 인간의 창작이란 무엇이며 예술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만든 그림이, 한 선 한 선 정성을 다해 붓질을 했던 인간의 마음과 같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AI가 정교하게 그려낸 그림이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그려온. 크레파스로 그린 가족 그림보다 더 가치가 있을까요? 

 

 예술은 단순히 보기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개인의 삶과 기억, 그리고 우리 사회의 역사적 맥락이 응축된 인간만의 표현 방식입니다. 기계는 데이터를 섞어 이미지를 만들 뿐이지만, 인간은 마음을 담아 의미를 만듭니다. 관객이 작품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스스로의 삶을 되묻게 되는 그 찰나의 소통. 그것이야말로 기술이 범접할 수 없는 예술 경험의 핵심일 것입니다.

 

 미술의 역사는 매체의 발전 및 변화와 일치합니다. 아주 옛날에는 동굴이나 암벽에 벽화를 그렸고, 종이나 캔버스가 발명된 이후에는 종이나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 기계를 통해 만들어진 사진이 예술작품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진은 예술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이제는 모두가 사진도 예술임을 압니다.

 

 이후에는 텔레비전 모니터가 캔버스를 대체하였습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 은 자기는 캔버스를 버리고 텔레비전 모니터 안에 영상을 넣겠다고 하였습니다. 백남준 이후로 미디어아트라는 예술 장르가 생겨났고 디지털과 컴퓨터로 만든 미디어아트 작품들이 각종 건물이나 전광판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또 어느날 갑자기 우리 앞에 인공지능이라는 매체가 나타났습니다. 백남준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후세의 미술사가들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만든 미술작품도 미술사에 기록할 것입니다. 

 

 결국, 매체가 아무리 바뀌어도 예술의 목적지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마음’입니다. 우리가 작품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이유는 그 작품에 표현된 인간의 인식과 감정의 교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도 지금까지 미술사가 그래왔듯이 우리에게 ‘인간과 세계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캔버스, 카메라, 텔레비전처럼 작가가 활용하는 매체이자, 인간의 도구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빌려, 우리의 정서를 더욱 풍부하게 드러내는 인간적 언어로 예술을 가꾸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로운 태도가 아닐까요? 여러분의 오늘 하루도, 노래 한 곡, 미술작품 한 점과 함께 하는 따뜻한 시간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