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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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2일 “ 건강은 지키고 병원비는 아끼는, 똑똑한 의료 이용 습관” <고영엽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지난해 7월부터 <외래진료 본인부담 차등화 제도>가 새롭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많아질수록 병원비 부담이 커지는 방식으로서, 연 365회를 초과하면 현재 30~60% 수준인 본인부담률을 90%로 적용하여, ‘의료쇼핑’ 관리를 강화한 것입니다. 의료급여수급권자 등 건강보험 비가입자는 적용받지 않으며, 임산부, 중증·희귀질환자 등과 같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매일 평균 한 번 이상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이 커졌습니다.

 

 지난달에 보도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매일 1회 이상 꼴인 1년에 365회 이상 병·의원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가 지난 5년간 12,000명을 넘고, 같은 기간 '건강염려증' 환자 누적 수도 18,000명에 달합니다. <의료 과소비>가 심각한 실정입니다. 

 

 약 20년 전에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의 상식을 넘어선 ‘과다 진료’가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일반인들의 400배가 넘는 자그마치 8,800여일의 의료급여일수를 기록한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처방받은 약을 모았다가 약국을 찾아 비급여대상 품목인 파스와 맞바꾸기도 하고 주변 다른 사람들에게 되팔기도 하는 등의 기막힌 일이 있었고, 급여일수가 365일 이상인 과다수급자가 25만명에 달했다는 통계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불필요한 의료 남용과 약물 오·남용을 부르는 ‘의료쇼핑’ 중독이, 건강보험가입자와 의료급여수급권자를 가릴 것 없이, 위험 수위에 이른지 오래되었습니다. 

 

 한편, <질병불안장애>라고도 불리는 건강염려증은 실제 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증상이나 감각을 비현실적으로 과대 인식하여, 자신이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고 믿거나, 혹은 곧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일종의 <불안장애>입니다. <건강염려증> 환자는 자신의 건강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과잉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의심되는 질병을 광범위하게 조사하며, 잦은 신체 검진과 의료 상담을 받기 위해 ‘닥터쇼핑’을 합니다. 넘쳐나는 건강정보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어, “내 얘기 같다”고 생각해서 건강을 염려하고 불안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매일 영양제를 한웅큼씩 챙겨 먹는 연예인을 따라 하는 사람이 넘쳐납니다. 일상생활 중 잠시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좋지 않거나, 단순 근육통만 있어도 바로 병원으로 달려오는 환자를 진료실에서 만나는 일이 흔합니다.

 

 물론, 적절한 건강에 대한 관심과 관리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모든 정보를 자신과 연결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건강정보 홍수 속에서 ‘아는 것이 병’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걱정을 넘어 건강에 대한 과도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건강상태에 대한 극심한 불안과 걱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나아가, 질병불안장애로 발전할 위험이 있습니다.

 

 무언가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곧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했습니다. 건강에 대하여 불안을 떨쳐내고 자신을 가지기 위해서는, 건강정보에 집착하지 않고, 평소 규칙적인 생활을 통하여 심신을 단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주기적 건강검진과 예방 중심의 생활습관 유지, 그리고 필수적 진료를 통해, 질병의 조기 발견과 예방, 적절한 관리에 힘씀으로써, 건강은 지키고, 병원비는 아끼는 똑똑한 의료 이용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