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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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0일 “겨울을 담그는 손길, 나눔을 실천하는 마음” <정경도 MG광주새마을금고 이사장>

 안녕하십니까. MG 광주새마을금고 이사장 정경도입니다. 찬 바람이 불어와 겨울의 문턱을 알리는 11월, 우리에게는 한 해를 마무리 하는 풍요로운 문화가 있습니다. 바로 “김장”입니다.

 

 김치의 다양한 재료 11가지 하나하나가 모여 22가지 이상의 맛과 효과를 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11월 22일은 우리나라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고자 지정된 “김치의 날”입니다. 이 특별한 날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우리의 따뜻한 공동체 문화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입니다. 이 날은 단지 ‘김치’ 자체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겨울을 준비하는 가을의 마지막 우리의 전통 풍습이자 ‘나눔’의 실천이 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제가 어렸을 적의 김장 풍경은 그 자체로 거대한 동네의 잔치였습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왁자지껄 웃으며 수백 포기의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버무렸습니다. 고사리 같은 아이의 손부터 주름진 어르신의 손까지 모두가 함께 배추를 나르고, 양념을 바르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모든 노동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갓 담근 김치에 따뜻한 수육을 곁들여 먹는 그 순간의 행복은, 김장날이 선사하는 가장 맛있는 보상이자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풍경은 점차 희미해지고 소가족과 바쁜 일상 속에서 김장을 하는 가정은 줄어들었고, 마트에서 포장된 김치를 구매하거나, 아예 절임배추와 완제품 양념을 사는 방식으로 간소화 되었습니다. 김장철이면 집집마다 울려 퍼지던 어머니의 손맛이 사라져가는 것은 K-푸드 강국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우리 고유 전통 문화의 씁쓸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아쉬움 속에서도, 우리의 전통이 가장 아름답게 계승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김장 나눔 봉사현장입니다. 기업과 단체, 지역 주민들이 한데 모여 ‘나눔을 위한’ 김치를 담그는 모습은 현대판 ‘품앗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김치들은 추위에 움츠러든 이웃들의 밥상에 든든한 반찬이 되어, 어려운 시절에도 우리 사회가 놓지 않으려는 공동체 문화의 이음과 사랑을 실천합니다.

 

 세계 유네스코 인류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김장 문화’는 혼자서는 하기 힘든 큰 일을 함께 해내는 품앗이와 상부상조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현장입니다. 이는 우리 민족 고유의 품앗이, 두레, 계, 향약 등에서 나타나는 상부상조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새마을금고 협동정신과 이념 정체성에도 잘 새겨져 있습니다.

 

 11월 22일 ‘김치의 날’을 맞이하여 저와 광주새마을금고 직원들은 광주문화방송에서 주관하고 MG광주새마을금고가 협찬하여 5·18민주광장에서 열리는 “2025 제3회 대한민국 김치대전”에 참여하여 김치 나눔 봉사를 할 예정입니다. 

 

 이 칼럼을 들으시는 청취자 여러분도 김치대전에 참여하시여 김치 한조각에 담긴 우리 민족의 지혜와 나눔의 정신을 한번 되새겨보는 것을 어떨까요? 김장 김치 한 포기에 나눔의 정신처럼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