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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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2일 “정년 이후, 지역에서 다시 피어나는 인생 2막” <문상필 광주공동체 이사장>

 퇴직자는 사회의 짐이 아니라, 지역의 자산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정년퇴임은 끝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시작일까요? 많은 분들이 은퇴를 사회와의 단절로 받아들이며 막막함을 느낍니다. 직장을 떠나는 순간, 하루아침에 역할과 소속감을 잃어버리는 듯한 공허함이 찾아오죠. 하지만 시대는 달라졌습니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이미 83세를 넘어섰습니다. 정년 이후에도 최소 20년, 길게는 30년을 더 살아가야 합니다. 이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미래까지 좌우합니다.

 

 해외 사례를 먼저 살펴볼까요. 일본은 초고령 사회답게 ‘지역 커뮤니티 일자리센터’를 운영합니다. 은퇴자가 도서관 관리, 마을 축제 기획, 아이 돌봄 같은 활동에 참여하면서 소정의 보수를 받습니다. 경제적 도움은 물론이고, 동네 이웃과 계속 연결되며 사회적 고립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영국에는 ‘U3A’, 제3의 나이 대학이 있습니다. 전문 강사가 따로 없지만, 은퇴자들이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평생학습을 이어갑니다. 지식을 공유하고 경험을 나누며, 배우는 기쁨과 봉사의 보람을 동시에 얻는 것이죠. 미국은 ‘앵코 커리어(Encore Career)’라는 새로운 사회적 경력을 지원합니다. 교사, 엔지니어, 간호사였던 사람들이 비영리단체, 환경 보호 활동, 교육 현장으로 다시 나섭니다. 퇴직 이후에도 경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사회가 길을 열어주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보입니다. 경기도의 한 도시는 ‘은퇴자 자원봉사 뱅크’를 운영합니다. 교사 출신은 아이들 독서 지도를, 기술직 출신은 마을 시설 보수를, 금융인 출신은 재무 상담을 맡습니다. 세대 갈등이 줄고, 마을 경제도 활기를 얻습니다. 부산에서는 은퇴자를 ‘마을 여행 해설사’로 양성했습니다. 관광객은 깊이 있는 해설을 듣고, 은퇴자는 안정적인 부수입을 얻습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새롭게 빛나고, 관광산업도 성장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첫째, 은퇴자의 경력과 재능을 연결하는 지역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학교, 복지관, 기업, 마을 단체와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죠. 

 둘째, 평생학습 체계 강화입니다. 단순한 취미 강좌가 아니라, 실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환경 문제 해결, 청년 창업 지원, 디지털 교육 같은 영역이 그렇습니다. 

 셋째, 작은 일자리 창출이 중요합니다. 하루 몇 시간, 주 몇 차례만 활동해도 은퇴자의 삶은 훨씬 활기차집니다. 경제적 보상은 물론, 일상에 활력이 돌아옵니다. 

 

 마지막으로, 세대 간 멘토링이 필요합니다. 청년 창업가에게 은퇴자의 경영 경험을 전하고, 청소년 진로 상담에 인생 경험을 더하는 방식입니다. 젊은 세대는 방향을 얻고, 은퇴 세대는 보람을 얻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정년 이후의 삶을 단순히 ‘여유로운 노년’으로만 보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이제는 지역 속에서 쓰는 인생 2막이 필요합니다. 은퇴자는 사회의 짐이 아니라,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준비한다면, 은퇴 후 20년은 단순한 노년이 아니라, 또 한 번의 찬란한 전성기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은퇴는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출발점입니다. 지역사회가 길을 열어줄 때, 우리의 인생 2막은 더욱 빛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