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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5일 “어머니와 복숭아” <정희남 대담미술관장>
도화의 뜻은 다양합니다. 첫 번째로는 복사나무의 꽃, 복숭아 꽃입니다. 두 번째로는 바른길로 이끌어 가르침이라는 뜻이 있으며, 그리고 세 번째로는 그림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특히 이 ‘도화’는 일제 강점기에 서구식 미술교육을 도입하여 학교에서 가르치던 교과명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개나리 벚꽃을 시작으로 형형색색의 꽃이 피어납니다. 제 개인적 취향으로는 그 선명하고 화사한 형광 핑크색 복숭아 꽃이 단연 으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현란하고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색의 복숭아 꽃을 보면서 늘 가슴 시린 어머니의 훈육을 떠올리곤 합니다.
제 바로 위 오빠는 5대 종손 집에 딸 넷을 낳고 우여곡절을 거쳐 애지중지 태어났습니다. 하루는 우리 집 큰 밭 옆 복숭아밭에서 몰래 복숭아를 따 먹다가 들켰습니다. 그 모습을 본 동네 사람이 어머님께 아들이 몰래 복숭아를 따 먹는 것을 보았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길로 오빠는 어머님 앞에 불려가 다리의 옷을 걷고 피가 나도록 종아리를 맞았습니다. “내가 아들을 낳은 것이 아니고 도둑놈을 낳았구나” 하시면서 때리셨습니다.
그날 밤 저녁을 먹고 밖이 캄캄해졌는데 어머니께서 오빠를 큰방으로 부르셨습니다. 가보았더니 커다란 광주리에는 빨간 복숭아가 한가득 담겨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복숭아 사 왔으니 실컷 먹어라.” 하시며 모두가 잠든 밤 오빠 앞으로 광주리를 밀어주셨답니다. 눈물 반 미안한 마음 반으로 정신없이 먹었던 그 시절 그 추억 그래서 오빠는 지금도 복숭아를 편히 먹지 못한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합니다.
요즈음 초등학교에서 체벌은커녕 훈육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만큼 참교육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린 자녀들은 이미 그 가정의 중심이 되어 있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잘못된 판단이나 순간적 충동에도 교사들은 섣불리 개입하기를 꺼립니다. 자녀교육과 학교 교육에서 어느 정도 개입하고, 어느 정도 간섭하며, 어느 선에서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지. 영원한 숙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아닌 것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따끔한 충고와 매서운 잣대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그 한 사례로 영국은 공식적으로, 법적으로, 일괄적으로 체벌을 금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이튼스쿨에서는 체벌을 시행할 때 엄격하게, 암묵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이 있습니다. 학생이 크게 잘못하였을 경우 한번 체벌하고 열 번 정도 위로와 관심으로 그 학생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줄 수 있을 경우에도 체벌이 허용됩니다. 체벌도 감정적, 즉흥적이 아니고 체벌실에서 하게 되어 있습니다. 체벌하는 곳은 따로 떨어져 있고 나머지 학생들은 긴 복도를 통해 공명으로 울려 퍼져 실제보다 더욱 크게 체벌의 소리를 듣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간접적 교육이 됩니다.
무조건 자녀, 학생의 요청을 모두 다 들어주고 부모, 교사의 의견보다 자녀의 욕심을 채워주는 것만이 교육의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