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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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30일 “문어가 우리에게 주는 삶의 지혜” <임하리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부관장>

 요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쉽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취업도 어렵고, 경제는 불안정하고, 사회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최선을 다해도 앞이 잘 보이지 않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겹다는 청년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저는 바다 속의 작은 생명체 하나를 떠올립니다. 바로 문어입니다.

 

 문어는 겉보기엔 낯설고 이상한 외모를 가진 생물이지만, 놀라울 만큼 똑똑합니다. 해양 생물계의 천재라는 별명 답게 보통 강아지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 주변의 도구나 환경을 이용할 줄 압니다. 단단한 조개껍질을 열기 위해 수 없이 시도하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내고 기억하고 학습하여, 결국에는 먹이를 꺼내지요. 이 모습은 우리 삶과도 닮아 있습니다. 한 번에 답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길을 찾다 보면 결국 우리는 답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문어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성공보다 값진 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그 과정일지도 모른다.”라고 말이죠.

 

 문어의 능력 중 가장 놀라운 건 변신의 힘입니다. 단 몇 초 만에 몸의 색과 질감을 바꿔 바위처럼, 모래처럼 스스로를 숨기고 보호합니다. 이는 단순히 몸을 감추는 기술이 아니라, 변화에 지혜롭게 적응하는 생존 전략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는 지금, 문어의 모습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 안에서 새로운 나를 만들어라.”

 

 문어의 팔도 우리에게 교훈을 줍니다. 우리가 다리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지만, 과학적으로는 다리의 역할 이상으로 이동, 사냥, 방어 등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동작을 수행하는 팔의 개념이라고 합니다. 문어의 여덟 개의 팔에는 약 5천만 개의 뉴런이 분포되어 있어, 팔 하나하나가 마치 작은 뇌처럼 독립적으로 움직입니다. 문어의 팔은 상처를 입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재생하는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자연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처를 입어도 결국은 스스로 회복하고, 치유하며, 더 단단해집니다. 우리는 누구나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문어는 보여줍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회복탄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무엇보다 문어의 삶은 짧습니다. 평균 수명은 고작 1~2년.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문어는 배우고, 적응하고, 후손을 남기며 자신만의 시간을 소중히 채워나갑니다. 우리에게도 중요한 것은 삶의 길이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어떻게 소중히 살아내느냐 하는 삶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그것이 바로 문어가 우리에게 남기는 메시지입니다.

 

  결국 문어는 우리에게 세 가지를 일러줍니다.

 첫째,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말라.

 둘째, 변화 앞에서 두려워하지 말라.

 셋째, 하루하루를 소중히 채워가라.

 

 혹시 지금, 앞이 잘 보이지 않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문어를 떠올려 보셨으면 합니다. 작은 몸으로도 지혜롭게 환경을 이겨내고, 상처를 회복하며, 짧은 생애지만 충실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 속에서, 우리 역시 이 시대를 버텨낼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 바다 속 문어가 건네는 이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에 작은 위로와 용기로 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