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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9일 “K콘텐츠로 날개를 단 한글사랑” <이경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10월 9일, 한글날입니다. 우리가 매일 쓰고, 읽고, 말하는 한글에 대해, 오늘만큼은 조금 더 특별한 시선으로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 체계를 넘어, 대한민국 문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우리 고유의 사고방식과 정서를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로 손꼽히는 한글은, 창제 목적부터가 남달랐습니다. ‘어리석은 백성들도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게 하려 한다’는 세종대왕의 뜻처럼, 한글은 처음부터 누구나 쉽게 배우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문자였습니다.
그리고 수백년이 지난 지금, 한글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배우고 사랑하는 글자가 되었지요. 그 이유는 바로 K콘텐츠 산업 때문입니다. 외국어 학습 앱 듀오링코 통계에 따르면 한국어 학습자는 2년만에 약 906만명에서 1,770만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특히 K-콘텐츠가 자주 상위권에 오를수록 학습수요도 덩달아 증가한다고 합니다. 이미,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몽골 등 여러 국가에서는 한국어가 제1외국어로 채택되어 정규 교육과정에서 가르쳐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언어 교육’의 차원을 넘어서는 흐름입니다. 실제로 K-POP, 웹툰, 드라마, 영화, 한식 등 한국의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은 해외 팬들이 자막 없이 K-콘텐츠를 즐기고 싶어 자발적으로 한글을 배우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SNS와 유튜브 댓글 창에는 전 세계의 팬들이 한글로 직접 메시지를 남기며, 한글을 일종의 ‘문화 참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콘텐츠 산업은 한글의 문화적 영향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전달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한국문학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한글의 문학적 깊이와 감성을 세계 무대에 증명했고, 최근에는 버추얼 K-POP 그룹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곡을 한글 가사로 발표하며 글로벌 팬들과 ‘한글’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영어 중심의 팝 시장에서, 오히려 한국어 자체가 ‘독창성’과 ‘매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죠. 그렇게 한글은 단순한 문자에서 팬 활용 도구로 다시 한국어 학습의 시작점으로 바뀌고 결국은 사랑의 언어로 확장되어가고 있습니다. 한글은 단순한 소통을 넘어 마음을 나누는 힘이 있습니다. “사랑해요”, “고맙습니다” 같은 한글의 짧은 표현이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고,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줍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진출을 위해선 반드시 현지 언어로 번역하거나, 로컬라이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한글 그 자체’가 콘텐츠의 정체성이자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글을 단순히 지켜야 할 유산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콘텐츠에 담아내고, 어떤 방식으로 세계와 연결해 나갈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이러한 한글의 문화적 확장성을 기반으로 K-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술과 창작, 그리고 교육이 어우러진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해 가고 있습니다. 특히 AI 음성 인식, 자막 생성, 인터랙티브 콘텐츠, 챗봇, 모든 콘텐츠 인터페이스에서 디지털 시대의 ‘한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사용자 경험과 감성까지 좌우하는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기술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이 쓰고, 사람에게 닿는 글. 그것이 한글의 가장 큰 힘이고, 우리가 지켜가야 할 문화의 본질입니다.
한글날, 오늘 하루만큼은 세계인을 하나로 잇는 사랑의 언어, 우리 한글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