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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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7일 “멀리서 바라보면, From A Distance (Belte Midler) ” <정희남 대담미술관장>

 멀리서 지구를 바라보면, 푸른 바다와 초록 숲, 눈 덮인 산이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이 먼저 보입니다. 바다와 강은 서로 만나고, 독수리는 하늘을 날아오릅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세상 전체에 메아리치는 희망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것은 희망의 목소리, 사랑의 목소리, 모든 사람의 노래입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우리 모두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없습니다. 폭탄도 없고, 질병도, 굶주림도 없습니다. 전쟁도 보이지 않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끝없이 이어지는 음악 속에서 행진하는 악기들처럼, 평화의 노래, 사람들의 노래가 들려옵니다. 신께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지금 전쟁 중이라 해도 서로가 친구처럼 느껴지고, 이 전쟁이 왜 일어나야 하는지조차 이해되지 않습니다. 멀리서 보면, 모든 것은 조화롭게 울려 퍼집니다. 희망에 희망을 담고, 사랑에 사랑을 담은 그 목소리는 모든 사람의 마음이며, 모두의 노래입니다. 신께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멀리서, From a distance. 이 노래는 Bette Midler의 From a Distance라는 곡입니다.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며, 사람 사이의 관계란 멀리 있는 사람보다 오히려 가까운 사람에게 더 큰 상처, 더 큰 위로도 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부, 부모 자식, 형제, 친인척, 친구, 가까운 이웃들까지… ‘가깝다’는 이유로 우리는 때때로 서로를 간섭하고 제약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자식에게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자식의 생활방식, 꿈, 희망, 행동까지도 통제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부부라는 이유로, 마치 소유물처럼 상대방의 시간과 스케줄을 알아야 하고, 내가 싫으면 상대방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갇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해하려는 것보다 조율하려는 마음이 앞설 때, 상대의 삶과 희망이 무시되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나름의 포부와 계획이 있어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

 

 저는 이것을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리거나 욕하지 않았다고 폭력이 아닌 것이 아닙니다. 말없이, 조용히 상처 주는 부모 폭력, 자식 폭력, 친구 폭력…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모의 인격이나 취향을 존중하지 않고 무조건 요구만 하는 것도 일방적인 관계에서 비롯된 심리적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거리를 두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간섭하지 않고, 존중하며 ‘내버려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추석, 한가위입니다. ‘한가위’는 ‘크다’의 뜻을 가진 ‘한’과 ‘가운데’의 뜻을 가진 ‘가위’가 합쳐진 말입니다. 8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 또는 가을 한가운데에 있는 큰 명절을 의미합니다. 단풍이 곱고, 곡식과 과일이 풍성한 우리 고유의 명절 추석은 시대에 따라 모습이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리조트에서 가족과 함께 차례를 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은 고향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명절을 보내곤 합니다.

 

 하지만 혼잡한 교통, 여러 식구들과의 식사 준비, 서로 다른 생각들로 인한 충돌… 이로 인해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도 생겨났지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부모님도 자식이나 며느리를 ‘남처럼’ 바라보면 모든 것이 다 예쁘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자식들도 부모를 상사나 이웃 어른 대하듯 예의를 다하면, 많은 문제들이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가까워지고 싶고, 다 주고 싶을수록, 거리를 두고 내 감정과 욕심을 절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시기가 바로 명절이 아닐까 싶습니다.

 

 멀리서 지구를 바라보면, 그저 아름다운 석양과 산과 강, 집들이 보일 뿐입니다. 집집마다 웃고 울며 살아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웃집 아들이 부모에게 반항했다 해도, 멀리서 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가족이 함께 모이는 한가위, 이 좋은 계절, 이 좋은 가을에, 우리의 마음도, 사랑도, 애정도 조금은 절제해서, 멀리서 바라보듯 생각하고 행동해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할 때, 오히려 더 편안하고, 더 큰 행복이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From a distance. 멀리서 바라보면 모두가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