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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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8일 “검찰개혁의 역사적 뿌리와 구조적 한계: 왜 반복되는가?” <임지석 변호사>

 여러분 “일본순사”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 있으십니까? 어렸을 적 할머니가 묘사한 일본 순사는 호환이나 마마처럼 일반인에게 가장 두렵고 경계해야 될 대상이었습니다. 기술과 의학의 발달로 호랑이와 질병은 없어졌지만, 일본순사의 그림자는 사실상 검사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일제의 잔재로부터 권력의 제왕으로” 늘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검찰개혁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경찰국가의 유산이 낳은 검찰 권력  

 일제강점기 시절의 순사 즉 경찰의 절대권력은 많은 역사적 이야기 속에서 등장합니다. 사실상 수사권과 즉결처분권에 준하는 권한을 가진 경찰은 법 위에 존재하는 특수존재였습니다. 이런 강력한 경찰권은 식민대상자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해방 후 혼란스러운 시기, 경찰력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검찰의 권한을 확대하는 조치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경찰의 폭압으로부터 권익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검찰에게 막강한 힘을 부여하는 배경이 되었죠. 그러나 문제는 검찰이 "수사·기소·공소유지"를 독점하는 구조로 지금까지 고착화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아래 검사는 '형사사법의 황제'라는 강력한 지위를 얻게 되었습니다.

 

2. 권력의 독점 [검찰은 왜 무너지지 않는가?]

 검찰의 힘은 앞서 말씀드린 “수사, 기소, 공소유지”의 독점이라는 제도적 결함에서 비롯됩니다. 수사권을 통해 직접 사건 방향을 좌우하고, 기소권 독점을 통해 스스로 수사한 내용을 검찰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며, 공소유지권을 무기로 재판에서도 사법적 견제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독점적 구조는 ‘다음 정권자’에게 검찰을 손쉽게 '전임자 단죄'의 도구로 활용하게 합니다.

 

3. 해외 사례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국의 검찰은 견제장치가 없습니다. 미국은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검찰이 기소만을 담당하며, 중대범죄의 경우 시민참여를 통한 대배심으로 기소를 결정합니다. 프랑스의 경우 검찰은 기소를 중심으로 역할 하며, 중대 사건은 수사판사가 독립하여 수사합니다. 외국은 지속해서 검찰 권한을 분산했지만, 한국만이 검찰권을 집중시켰습니다.

 

4. 현재의 개혁 논의는 왜 표류하는가?

 정치권은 늘 "검찰개혁"을 외치지만, 개혁의 대안은 "상위기관 신설"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늘 한계를 드러냅니다. 일본 순사의 경찰권으로부터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경찰의 상위기관인 검찰이 새로운 권력으로 자리매김했듯, 검찰 위에 또 다른 상위기관을 만들어도 필연적으로 해당 기관이 새로운 권력으로 작동하고, 그 위에 또 다른 감시 기구를 만들어도 결과는 늘 “권력의 이동”이라는 예견된 수순뿐입니다.

 

 이렇듯 검찰개혁이 표류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검찰의 구조적 권한을 근본적으로 변경하지 않고 그저 "감시 기구"만 늘리는 데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권력 분산이라는 본질적인 접근 없이 형식적인 통제만을 강화하려 한다면, 어떠한 개혁안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검찰개혁은 정치인의 공약이 아닌 국민의 권리입니다.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 앞에, 수사에 필요한 현재의 검찰 전문인력을 경찰에 편입시키더라도 경찰 수사권을 완전히 독립하고, 검찰은 기소권으로만 수사 권한을 견제하게 하며, 법원의 재판에는 국민들이 참여하거나 명확하게 해당 내용을 감시할 수 있는 근본적 제도 개혁이 필요합니다. 검찰개혁은 '권력 분산'이 아니라 '국민 주권'의 회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