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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4일 “꿈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허승준 광주교육대학교 총장>
우리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쉽게 “너의 꿈은 뭐니?”라는 질문을 자주 합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꿈은 꼭 있어야 하는 것처럼, 꿈이 없으면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어른들은 아이들의 꿈을 강박적으로 확인합니다.
물론 꿈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꿈은 아이들에게 삶의 방향과 의미를 갖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질 때, 그 순간부터 그에게 피아노 연습은 억지로 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자신의 미래와 연결된 의미 있는 활동이 됩니다.
그런데 오히려 꿈이 없는 것이 더 좋은 상황도 있습니다. 하나의 꿈에 너무 집착하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될거다’라는 미래의 환상에 빠지게 됩니다. 그 결과, 그 꿈 이외의 다른 소소한 꿈들을 꾸고 성취하는 행복을 놓치게 됩니다. ‘꼭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이어지고, 성취가 지연될 경우, 무능감이나 좌절감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꿈만 바라보다가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여 스스로 자신을 고립시키기도 합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붙잡혀 현실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꿈이 사람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꿈이 사람을 지배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우리는 꿈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꿈을 반드시 가져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꿈을 가지더라도 거창하거나 대단한 꿈일 필요도 없습니다. 소박하고 소소한 꿈도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됩니다. 꿈은 삶의 고정된 목표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등대와 같은 것입니다. 등대가 보이면 그 빛을 따라가면 되고,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걸어가면서 다른 빛을 찾으면 됩니다. 빛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저앉아 좌절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듀이(John Dewey)는 “교육은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삶 자체”라고 하면서, 아이들에게 미래의 꿈을 강요하는 교육을 비판합니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꿈을 위해 희생해야 할 과정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행복해야 합니다. 행복한 삶의 결과로 무엇인가 하게 된다면, 그 무엇인가가 아이들의 꿈이 되는 것입니다. 꿈은 삶의 목표가 아니라 행복한 삶의 결과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니체의 “삶 그 자체를 긍정하라”는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꿈이 있든 없든, 지금 이 순간의 삶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꿈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먼저 설정하면, 자칫 꿈의 노예가 되어 꿈을 이루지 못하는 자신의 삶을 부정하고, 그때그때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가지 못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을 바꿔보는 게 어떨까요? “무엇이 되고 싶니?”가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니?”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꿈이 있든 없든 관계가 없고, 꿈을 이루든 못 이루든 관계가 없습니다. 꿈은 한번 이루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꿈은 삶의 과정 속에서 지속적으로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아직 도래하지 않는 미래의 삶에 행복을 저당 잡히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삶을 긍정하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꿈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현재 자신의 삶을 사랑하면서 자기답게 살아가는 것이 현재도 미래에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입니다. 우리 모두 꿈으로부터 자유로워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