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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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1일 “고교학점제,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장관호 전남교육연구소 이사장>

 안녕하세요, 청취자 여러분~! 오늘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가 실제 고등학교 현장과 학부모,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정부는 고교학점제를 ‘학생맞춤형 교육’,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 강화’라 칭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원하는 과목을 골라 자신의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8년간 준비했다는데 정작 준비된 것은 하나도 없는 정반대의 현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먼저 전남에 있는 많은 작은 고등학교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교사 수가 부족하여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기 어렵습니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활용하라지만, 화면 너머 수업은 교실의 생생한 소통을 대체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지 못하고, 온기 없는 무미건조한 온라인 수업 속에서 결국 교육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 큰 문제는 ‘선택’처럼 보이는 이 제도가 사실은 ‘강요’의 형태로 학생들에게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진로도 정하지 못한 아이들은 과목 선택의 ‘눈치싸움’으로 진로 확정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면 ‘실패자’로 낙인찍고 있습니다. 원하는 과목이 없어 다른 과목을 억지로 들어야 합니다. 학생들은 불안에 떨고 있으며 고교학점제는 계층과 지역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입시는 여전히 특정 과목 위주로 선발합니다. 고교학점제가 자율 선택을 강조하지만, 대학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아 ‘입시에 유리한 과목’에만 집중되게 만듭니다. 제도의 취지와 현실이 이렇게 달라지면서 학생들은 무거운 짐을 안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학교를 떠나는 학생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1 자퇴율 증가가 이를 방증합니다.

 

 이 모든 혼란에도 정부는 충분한 준비 없이 제도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힘겨워하고, 고등학생들 스스로 ‘고교학점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에 1만4천여명이 넘는 동참이 있을 정도입니다. 역대급 교사 정원 감축으로 여러 과목·여러 학년 지도가 심화되고 과도한 업무 과중으로 고등학교를 떠나고 싶어하는 교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물어봐야 합니다. 고교학점제,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요? 교육은 모든 학생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학생은 실험 대상이 아닙니다.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됩니다. 새로 임명될 교육부 장관과 교육 당국은 이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고교학점제”가 초래한 불안을 해소하며, 제도 전환의 의지를 실천해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학교를 살리는 것은 급조된 정책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과 성장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의 책임과 결단입니다. 고교학점제는 전면 중단되어야 합니다. 현장 의견과 실태를 반영한 새로운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새로운 교육은 가능합니다.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모두가 함께 실천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