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MBC 라디오칼럼

광주MBC 라디오칼럼

10시 00분

칼럼 전문 보기

2025년 7월 25일 "조합토, 다양성의 힘을 말하다" <조성모 광주도예문화센터장>

 산책을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다음 세대들이 살아갈 시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살아온 시대도 지금 못지않게 빠르고 극적인 변화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농경 중심에서 정보 중심 사회로, 한 세대 안에 삶의 방식 자체가 완전히 뒤바뀌었죠. 그 시대엔 성실함, 근면, 뚝심, 그리고 공동체 의식이 개인의 생존력, 경쟁력의 핵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그리고 미래는, 이런 가치들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세상은 훨씬 더 빠르게 변하고 훨씬 더 복잡해지고, 훨씬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도자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흙을 통해 세상을 보고, 삶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흙은 바로 조합토입니다. 조합토는 한 마디로 말해 ‘섞인 흙’입니다. 부드러운 점토에 ‘사모트’라고 하는 모래 같은 입자가 섞여 있죠. 이 흙은 일반 점토보다 잘 깨지지 않고 크게 빚거나, 강한 불에도 견디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형 작업이나 조각적인 표현을 할 때 많이 쓰입니다. 특히 조합토는 기존의 흙으로는 시도할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조형미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표현이 더 거칠고, 더 대담하고, 더 강렬해지죠. 흙이 갖는 느낌 자체가 달라지는 겁니다. 이게 참 놀라운 점입니다. 서로 다른 성질의 것들이 섞였는데, 오히려 더 강해졌다는거. 이게 바로 조합토의 힘입니다. 이걸 삶에 비춰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흔히 ‘다름’을 두려워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 다른 문화, 다른 언어, 다른 외모,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경계하게 되죠. 하지만 미래 사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과 일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더할 겁니다. 예전에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단어에 왠지 모를 거리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매력을 발견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다니엘”. 한국과 호주 국적의 다문화 가정 출신이죠. 그가 가진 이중문화적 감각, 그리고 자연스러운 글로벌 감성은 기존의 한국 연예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입니다. 

 

 이런 다양성은 기업에서도 중요한 가치입니다. 세계 유수 기업들은 이제 인재를 고를 때 단순히 ‘스펙’이 아니라 어떤 문화적 배경을 가졌는지, 얼마나 유연하게 생각하는지, 얼마나 다른 시각을 존중하는지를 봅니다. 왜냐하면, 다른 시각을 섞을 수 있는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기존의 문제를 다르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여러분, 우리가 앞으로 빚어야 할 인생은 이 조합토처럼 섞일 줄 알고, 견딜 줄 알고, 새로워질 줄 아는 인생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진짜 단단하고 강한 삶의 형태가 아닐까요? 우리 자녀들에게도 그런 조합토 같은 삶을 살아가라고, 세상의 다양한 색과 결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 안에 기회가 숨어 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섞임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변화를 주저하지 마세요. 그리고, 나와 다른 것을 기꺼이 품으세요. 조합토처럼 우리 삶도 그렇게 새롭고 강렬하게 빚어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