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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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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1일 "한여름 밤의 추억여행" <김영식 남부대학교 무도경호학과 교수>

 요즘처럼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의 절정에 들어서면 누구나가 할 것 없이 시원한 계곡이나 바닷가를 찾아 피서를 떠납니다. 바람이 솔솔 부는 동네 정자에 앉아 어린 시절 여름추억을 떠올리며 더위를 잊어 볼까 합니다. 그래도 지금은 에어컨과 선풍기 등 전자제품이 다양하게 나와서 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지만, 우리 어린 시절에는 오로지 선풍기 하나에 몇 사람씩 들러붙어 앉아 바람을 쏘이고, 그렇지 않으면 부채를 열심히 부쳐야 땀을 식힐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의 더위와 지금의 더위는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때의 더위는 그나마 미루나무 밑에 앉아 있으면 선선한 바람이라도 불었는데, 이제 도시생활을 하다 보니 시원한 그늘보다는 옆 건물에서 나오는 에어컨 실외기의 더운 바람이 더욱 더위를 힘들게 하고, 지나가는 자동차의 매연과 아스팔트 위로 올라오는 복사열은 상상하기 힘든 여름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복숭아밭 옆 길가에서 복숭아를 파는 아주머니를 보고 차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아주 싱싱하게 보이는 복숭아를 한 바구니 골라 담으면서 “옛날에는 집에 있는 보리쌀 두어 되 퍼다가 복숭아하고 바꿔 먹으러갔던 때가 그립네요”라고 했더니 그 아주머니의 얼굴에도 추억이 배어 나오면서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라우~~ 아저씨는 그 말 허는거 보니 아직은 젊은 것 같은디??” 하고 웃으셨습니다. 잠시 뒤로 돌아보시더니 벌레 먹은 복숭아 세 개를 덤으로 주시는데, 제가 “아이고 보약 주시네” 했더니, “어찌 아요?? 벌레 묵은 것이 진짜지라...” 그렇게 서로 웃으며 손을 흔들고 차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여름 서리”하던 생각이 나서 추억을 소환해 봅니다. 모깃불을 피워 놓고 모기를 쫓고 있던 여름 한 저녁, 윗동네 친구들이 우리 동네로 내려와 저를 불러냈습니다. 다른 동네 수박 서리하러 가는데 같이 가자는 것입니다. 심심하기도 해서 그냥 따라 나섰습니다. 그리고 수박 몇 덩이를 따서 냇가로 향했고, 그런데 아뿔싸! 손전등도 없이 걷다보니 수박을 들고 오던 아이가 돌에 미끄러져 수박은 산산조각이 나고 옆에 있던 한 아이는 놀라서 덩달아 넘어졌습니다. 정말 꼴이 말이 아니었지요. 다 익지도 않은 수박을 허우적거리면서 먹는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웃었습니다. 그리고 그 냇가에서 별을 보며 야간 수영을 했습니다. 

 

 옛날에는 밤에 동네 냇가에서 수영을 하는 일이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수박서리를 하다가 걸리면 엄청나게 많은 벌을 받고, 많은 돈을 물어내야 하지만 먹을 것이 없던 그 시절에는 참외 서리, 수박 서리, 닭 서리 등 우리들의 즐거움의 본능을 자극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개인적인 놀거리를 가지고 놀다보니, 한 여름밤에 자연과 함께 하는 추억들이 많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