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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7일 “2025년 한 해를 사랑과 용서로 마무리합시다” <고영엽 조선대학교 의대 교수>
어느새 12월 중순, 이제 올해도 보름 남짓 남았습니다. 전에는 와닿지 않는 얘기였지만, 이제는 실감합니다. 바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시간이 참으로 빨리 흘러간다는 얘기 말입니다. 세월의 흐름에 대한 감상 덕인지, <잘 살고 있는가>하는 자기반성과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과 더불어, 이달 들어 부쩍 <미움과 용서>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왜 하필, 2025년, 년말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그런 상념에 사로잡혔을까요? 올 한 해,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삶은 너무나 팍팍하고 각박했습니다. 삶 속에서 온기를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2025년 대한민국은, 1년 전 12·3 계엄 선포로 인해, 탄핵정국, 정권교체, 내란 논란, 정치적 분열과 대립이 격화되며 사회 전반에 갈등과 반목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무척 어려운 한 해입니다. 글로벌 무역장벽 강화와 경기 둔화, 정책 불확실성, 산업 구조 변화, 그리고 간병 등 사회·가정 내 부담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2025년 기준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으며, 빈부격차와 자산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대·계층 갈등까지 그야말로 대립과 반목이 폭증하는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처럼 올해는 우리나라와 사회가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위기가 결합된 이른바 ‘퍼펙트 스톰’에 직면한 한 해였으며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갈등과 분열은 국가 공동체의 운명을 암울하게 합니다. 올 한 해, 살아남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보복과 처단에 핏발이 선 눈이었습니다. 칼바람처럼 미움과 증오는 날이 섰습니다. 반목과 질시가 소용돌이 쳤습니다. 때문에, 유독 2025년 12월에, 특별히 <미움과 용서>를 생각하게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12월은 사랑의 계절’이라 했습니다. 시인 이해인 님은 ‘12월은’ 제목의 시(詩)에서, 고마운 일 챙겨보고 잘못한 일 용서 청하며 사랑을 시작하는 계절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올 한 해 나의 이기적인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기회입니다. 즐거운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산상수훈으로, 나를 박해하는 사람까지 사랑하고 기도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깁니다. 남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배신을 당하며 겪은 고통을 극복하고 이겨낼 때, 비로소 우리는 잊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집니다. 물론 고통은 힘들고 아프기 때문에,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탓하고 원망하면서, 자연 치유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서서히 잊으며,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능력을 갖기 위해 자기 성찰과 타인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며, 사랑에서 비롯됩니다.
미움과 용서는 감정적 상처와 자기 성찰, 그리고 관계 회복의 핵심 개념으로, 미움은 분노와 정신적 에너지 소모를, 용서는 내적 평화와 자기 치유를 가져옵니다. 용서는 자유를 얻는 것입니다. 용서는 새로운 출발입니다. 용서는 미움을 지운 자리에 사랑을 더 하고, 미운 얼굴을 바라보며 같이 웃는 것입니다. 연말을 맞이하여,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함으로써 올 한 해 빚어진 대립과 반목을 극복합시다. 고통을 잊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미움을 용서로 전환합시다. 관계의 화해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고, 2025년을 따뜻하게 마무리합시다.
